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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서핑 :: 사연

상견례 자리 박차고 나왔습니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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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상견례 자리에서 박차고 나왔습니다.

시부모 될 사람한테 이런 버릇없는 태도

혹시, 혹여, 만약에 이 결혼이 성사된다고 해도

두고두고 욕먹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정말 아닌거 같습니다.

오빠 하나만 보고 살기엔 제가 그 날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날거 같아요...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저번주 주말, 서울의 **호텔에서 상견례를 가졌습니다.

오빠랑은 선배 소개로 만나서 2년정도 연애했고

제가 오빠랑 나이차이가 4살이라 오빠는 이미 서른을 넘겨서

그 쪽 부모님께서 선보라 어쩌라 말이 많으셨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이 있다며 절 오빠네 부모님께 소개시켜 줬어요.

 

오빠, 제게 정말 잘해줍니다.

아직 우리 서로 존댓말 써요. 심지어 싸울때도 존댓말 서로 쓰고요.

제가 못먹는 음식이 많아서 오빠가 잘 챙겨주고 맞춰주고

정말 좋은 사람입니다. 한강에서 서로 정장입고 만나서 컵라면 먹으면서

포장마차에서 우동 먹으면서 맛있다고 서로 먹겠다고 투닥이고

깔깔대고 웃고 아주 유치한 장난도 치고 오빠랑 있음 정말 행복하고 좋은데...

정말 연애랑 결혼은 다른 건가봐요.

 

어쨋거나, 각설하고

선을 보기로 했던 여자가 시어머니 마음에 쏙 들었던 모양입니다.

뭐, 실제로 겪어보신건 아니시겠지만 말예요.

그래서 그런지 제가 인사 갔을때도 어디서 튀어나온 애니? 라는 표정이셨습니다.

그래도 제가 어른들에께 잘하고 싹싹하다는 소리 듣는데요...

어머님이랑 친해지려고, 자주 가고 선물도 사다 드리고 정말 애썼습니다.

 

저 누가 말하면 왜 이렇게 저자세냐고 할 정도로

오빠 부모님이랑 잘 지내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제 언니가

시집을 갔는데 시어머니께 "시엄마~" 이러면서 어찌나 사이가 좋은지

그 모습이 어려서부터 너무 예뻐보여서 부러웠거든요.

 

아빠, 내 아빠 평생 손한번 놓은 적 없이 일만 해오신 분입니다.

네, 공고 졸업하시고 남들 괄시한다면 괄시 할수 있는 직업 가지고 계시지만

그러나 제게는 그 손 때 묻은 돈이 남들 1억보다 더 소중한 돈입니다.

가족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정말 열심히 기름때 묻은 돈으로

저 이만큼 키워주신 분입니다.

 

엄마, 집안이 어려워서 상고 졸업하고 올라와서 일하다 이른나이에 아빠 만나셔서

월세 몇만원짜리에서 시작하셔서 아끼고 살뜰하게 모으셔서

이제 전세도 아니고 어엿하게 '우리 집' 가진 게 가장 자랑스럽다면서도

2~3만원짜리 옷 하나 사는데도 주저주저 하시는 분이십니다.

 

두 분이 30년간 살면서 살뜰히 모아 집한채,

아빠 회사 조그만한 거 하나. 두 분앞으로 통장 하나...

그래도 전 크게 부족한거 없이 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남들처럼 명품을 카드 일시불로 긁을만큼 부자는 아니지만

우리집... 가난하지 않잖아요...

 

화가 났습니다. 상견례 자리에 오신 시아버지 될 분은 사업을 하시는 분이었는데

오빠가 말을 자세히 안했었는데 사업하시는 분이었고

오빠네 집 생각보다 잘 사는 듯 하더군요.

그날 차 끌고 오신게 외제차였고 집도 서울에서 꽤 넓은평수니까.

 

시어머니 될 분이 먼저 시작하셨습니다.

"우리 **동에 아파트 하나 있어. 거기 들어가서 살아라"

제가 대답했죠..."배려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어머니"

"근데 혼수는 얼마나 해올거니"

사실 혼수 얘기를 상견례 자리에서 하는게 맞습니까?

저 공무원이고 벌써 3년이 넘은지라 적금 부어놓은것이 5천 가까이 됩니다.

집에서 출퇴근 했고, 버스타고 다니는게 안쓰러우셨는지

엄마랑 같이 차 쓰라고 하셔서 기름값 말고 들어간게 없어서 그간 이렇게 모았지요.

그닥 넓은 평수도 아닌 아파트 4천이면 충분히 채우지 않을까요?

그래서 시어머니 될 분께 "저 이렇게 해서 이렇게..." 설명을 했더니

"누구네는 천만원짜리 밍크를 해왔다던데..."

...............순간 멍 했습니다. 잠시 정적이 흐른 후 엄마가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해 가야죠, 우리 **(저) 잘 봐주시라는 마음으로 제가 해드려야죠"

여기서 울컥했습니다. 딸가진 부모라는 ...죄인된 심정으로 나오지 말라고

신신당부 했습니다. 그런데 2~3만원짜리 옷도 고민하고

제가 월급날 10만원짜리 옷 하나 사가도 비싸다고 물르라시는 분에

곱게 입으실려고 손빨래 하시는 분입니다. 그런 엄마입에서..

그런소리 나오니까... 너무 속상하더라구요.

 

시아버지 될 분이 2라운드 시작하시더군요.

"사돈, 이제 그 일은 그만 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빠, 일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강하신 분입니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이제 **이도(저) 우리 식구 될건데 사돈댁에서 그런일 하는 거 보면

모양새가 안좋아보이니까요."

"................."

아빠 정말 할말이 없으셨겠지요. 원래 말주변이 별로 없는 분이라...

시어머니 될 분이 거듭니다

"아니 요새 누가 기름때 묻혀가며 일을 해요. 그런일 못배운 사람이나 하는거지

아, 두분 다 고졸이라고 하셨나?"

뭐? 뭐라고? ...

 

오빠가 당황을 했는지 "아, 그만하세요,  왜들 그러세요"

.........저 반쯤 눈물 고여 있는데

시어머니 될 분이 마지막 한마디

"솔직히 사돈네가 잘난 맛이 없으니 내가 얘(아들)등쌀에 못이겨 나왔는데..."

 

솔직히 오빠 낳아주신 분들 아니었음

아줌마가 뭔데 우리집 무시하냐고 손에 물한방울 안묻혀봐서 모르겠지만

우리 엄마가 나 여기까지 키워준거 보태준거 있냐고

소리지르고 싶었습니다.

  

결국 눈물이 테이블에 똑, 떨어지니까 못참겠더군요.

"죄송합니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엄마, 아빠, 집에 들어가세요..."

 

시어머니 될 사람이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야, 가정교육.."

그 순간 오빠가 소리를 버럭 지르더라구요.

 

그러고 나서 오빠가 쫓아 나오는 것까지 뿌리치고 택시타고

왔습니다. 집에 박혀서 좀 있으니까 엄마 아빠 오시더라구요.

그래서 문밖에서 제문 노크하는 엄마 아빠께

"누가 그러랬어. 엄마 아빠가 뭐가 창피하냐고 왜 그랬냐고

나 그 집 시집 안간다"고 발악을 했는데

오빠가 저녁 늦게 집에 와서 싹싹 빌더랍니다.

저 문 잠그고 하도 울어서 병원가서 두통약 먹고 잠들었는데

왔다 갔는지... 미안하다... 라는 쪽지만 남겨져 있더라구요.

엄마, 아빠... 제 눈치 보시느라 아무 일도 못하고 계십니다...

 

이틀째... 집앞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용서 해달라고 하길래

그건 오빠가 용서를 빌 문제가 아니라고

오빠,,, 정말 사랑하는데 그래서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맘으로는 오빠 잡고 싶은데 나 우리 엄마 아빠 그렇게 무시 당한거 잊을 수 없고

너무도 큰 상처가 됬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실거 눈에 보여서 오빠... 놔야겠다고

그러면서 오빠 손에 ... 우리 2주년동안 동전 모아서 채워놓은

돼지저금통 깨서 만든 실반지 (그냥 커플링보다 더 귀한...건데)를

오빠 손 위에 올려놓고 왔습니다.

오빠 문자가 와있네요.

기다릴테니까 언제든 맘풀리면 연락하라고

맘이 안풀리면 다 나한테 화풀이 하라고

부모님이 상견례 다시 잡자고 한다고

부모님도 유감이라고 하신다고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요...


출처 : http://pann.nate.com/b20053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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